나는 (소화효소가 부족해서) 소화가 안되는 걸까?

 

 

1. 노화 (Aging)

나이가 들면서 췌장의 외분비 기능이 자연스럽게 감소하여 아밀라아제, 리파아제, 트립신 등 소화효소의 분비량이 줄어듭니다.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중 상당수가 외분비 기능 저하를 보이며, 이로 인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분해력이 떨어져 소화불량, 영양 결핍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위산의 분비도 감소하여 위산이 필요한 펩신의 활성도 저하되며, 이 역시 단백질 소화를 어렵게 만듭니다. 위산 저하는 췌장과 담낭의 분비 자극을 약화시켜 췌장 소화효소의 분비를 간접적으로 억제합니다. 노화로 인한 소화효소 감소는 피로, 체중 감소, 복부 팽만, 만성 영양결핍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노화와 소화력 저하는 에너지 생성과 관련이 있다. (추가적인 내용)

소화는 단순한 물리적 분해작용이 아니라, 신체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복합적인 대사 과정입니다. 음식물이 위장관을 따라 내려가면서 분해되고 흡수되는 과정에는 다양한 효소의 작용, 장기 운동, 위산 생성, 영양소의 수송 등이 포함되며, 이들 대부분이 ATP(세포 내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특히 위의 산을 생성하는 부세포(parietal cell)는 수소 이온을 능동적으로 분비하는데, 이는 ATP를 직접 소모하는 과정입니다. 또한 췌장에서 생성되는 단백질 효소(아밀라아제, 리파아제, 트립신 등)도 합성 과정 자체에 에너지가 필요하며, 장에서의 영양소 흡수 과정에서는 나트륨-칼륨 펌프 등의 에너지 의존적 수송이 동반됩니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이라 불리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저하되어 ATP 생성 능력이 감소하게 됩니다. 이는 소화기관의 근육 운동이나 효소 분비, 흡수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소화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는 원인이 됩니다. 또한 혈류 감소와 신경 반응 둔화 등도 위장관의 반응성과 소화기 활성도를 떨어뜨리는 데 기여합니다.

많은 고령자들이 “기름진 음식이 부담스럽다”거나 “조금만 먹어도 더부룩하다”고 호소하는 이유는, 단지 위산이나 효소 분비의 문제를 넘어서, 신체의 전반적인 에너지 전환 능력 저하와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소화기 건강을 회복하고자 할 때는 단순한 소화효소 보충뿐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돕는 영양소들—예를 들어 코엔자임 Q10, 마그네슘, 비타민 B군, 알파리포산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영양소를 소화하고 흡수하는 것 또한 위장이 기본적인 기능이 건강해야합니다. 위장점막의 정상화, 저산증의 개선,  효소제 복용 등의 선행으로 위장관이 영양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좋습니다.

결국 소화력은 단지 위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 전체의 에너지 생산력과 대사 효율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입니다.

 

2. 췌장 기능 저하 (Exocrine Pancreatic Insufficiency, EPI)

췌장은 음식물의 화학적 소화를 위해 다양한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기관으로, 외분비 기능이 저하되면 소화 효소의 양이 부족해지며, 이는 곧 EPI로 이어집니다. 주요 원인에는 만성 췌장염, 췌장암, 낭포성 섬유증, 췌관 폐쇄, 췌장 수술 등이 포함됩니다. 특히 만성 췌장염은 췌장 조직이 반복적인 염증으로 인해 섬유화되며, 기능성 세포가 파괴되어 효소 분비가 줄어듭니다. 또한 EPI는 당뇨병 환자에게서도 자주 나타납니다. 인슐린의 결핍(1형당뇨이거나 2형당뇨 후기, 췌장의 베타세포의 기능부전으로 나타남)은 췌장의 외분비 세포의 기능 유지에 필요한 혈류와 대사 활동을 저하시켜 췌장 소화효소 분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방변, 설사, 체중 감소, 지용성 비타민 결핍 등이 동반됩니다.

인슐린은 단순히 혈당 조절 호르몬을 넘어, 췌장의 외분비 세포(acinar cell) 기능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외분비 세포는 소화효소를 합성하고 분비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슐린은 세포 내 mTOR 신호 경로를 자극하여 단백질 합성과 아미노산 대사를 촉진합니다. 인슐린이 결핍되면 이러한 경로가 억제되어 소화효소 생산에 필요한 대사 활동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외분비 기능이 약화됩니다. 또한 인슐린은 췌장 조직의 미세혈류와 산화적 대사 조절에도 관여하여,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에너지 생성을 도와줍니다. 따라서 인슐린 결핍은 외분비 세포의 생존과 효소 분비력을 전반적으로 저하시켜, 외분비 췌장 기능부전(EPI)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3.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장기 복용

PPI는 위산 분비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약물로, 위식도 역류질환(GERD), 위염, 소화성 궤양 등에 흔히 처방됩니다. 하지만 장기간 복용 시 위의 산도(pH)가 증가하면서 펩신의 활성화가 억제되고, 이는 단백질 소화 효소의 활성 저하로 이어집니다. 또한 위산은 십이지장에서 췌장 효소 분비를 자극하는 역할을 하므로, 위산 부족은 췌장의 아밀라아제, 리파아제, 트립신 등의 분비를 감소시키는 간접적인 경로가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PPI를 복용한 환자에서 비타민 B12 결핍, 철 결핍, 칼슘 흡수 저하 등이 보고되며, 이는 모두 소화효소 작용의 간접적 손실을 의미합니다.

 

4. 저산증 (Hypochlorhydria)

저산증은 위산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상태로, 위 pH가 3.5 이상으로 유지되면 펩신의 전구체인 펩시노겐이 활성화되지 못해 단백질 소화가 저하됩니다. 위산은 또한 췌장으로의 신호물질(세크레틴, 콜레시스토키닌 등)을 자극하여 췌장 소화효소 분비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위산이 부족하면 췌장의 외분비 작용도 동시에 떨어지게 됩니다. 저산증은 노화, 스트레스, 만성 위염, PPI 복용, 헬리코박터 감염 등에 의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저산증은 단백질 소화 불량, 세균 과증식(SIBO), 미네랄 흡수 저하, 위장관 면역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5. 만성 스트레스 및 교감신경 항진

소화기계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될 때 최적으로 작동합니다.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교감신경이 항진되며 이는 침 분비, 위산 분비, 췌장 효소 분비, 담즙 분비 등 소화기 전체의 기능을 억제합니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장 점막의 염증을 유도하고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효소 분비에 필요한 장 환경이 손상됩니다. 정신적 스트레스 외에도 수면 부족, 카페인 과다, 과도한 운동, 외상 등이 교감신경 활성 요인에 포함됩니다.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는 소화기 기능을 억제하는 신경내분비 반응을 통해 전반적인 소화효소 분비 저하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카페인은 대표적인 중추신경 흥분제입니다.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하여 중추신경을 각성시키고, 부신에서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을 분비시켜 교감신경계 항진을 유도합니다. (특히 공복 고카페인 섭취) 

물론  소량의 커피는 위산분비를 촉진하고 위장운동 촉진으로 단기적으로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지속 복용시 위점막 손상(위염) 유발 하여 소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6. 과식 및 불규칙한 식사 습관

과식은 위장에 큰 부담을 주어, 췌장이 순간적으로 많은 양의 효소를 분비하게 만들고, 반복적인 과부하는 췌장의 분비능을 소진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야식이나 밤늦게 식사하는 습관은 생체 리듬과 소화기관의 리듬이 맞지 않게 되어 소화 효소의 분비가 최적화되지 않습니다. 불규칙한 식사 시간, 과속 식사,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속된 식사는 소화 효소 분비의 조절 메커니즘을 흐트러뜨리며, 이는 장기적으로 소화불량, 체중 증가, 미생물 불균형, 만성 위장관 질환의 원인이 됩니다.

 

 

7. 장내 미생물 불균형 (Dysbiosis)

장내 유익균은 일부 소화효소(예: 락타아제, 셀룰라아제)의 생성과 pH 조절, 면역 반응 조절 등에 기여합니다. 하지만 식이 불균형, 항생제 사용, 설사, 정제당 과다 섭취 등으로 장내 세균총이 파괴되면 효소 분비를 간접적으로 돕는 기능도 저하됩니다. 유해균이 증가하면 장 점막에 염증이 발생하고, 이는 소화효소 분비를 유도하는 위장관 호르몬(세크레틴, CCK 등)의 분비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로 인해 음식물 분해 효율이 떨어지며, 가스 생성, 복부 팽만, SIBO(소장 세균 과증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8. 유전 질환 및 선천성 소화효소 결핍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은 선천성 질환으로, 점액의 점성이 증가하여 췌관이 막히고 소화효소가 소장으로 분비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락타아제 결핍증, 수크라아제-이소말타아제 결핍증 등 특정 소화효소가 유전적으로 결핍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은 소아에서 자주 진단되며, 증상은 유당불내증, 설사, 체중 저하, 성장 지연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9. 약물의 영향

PPI 외에도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항우울제, 진통제, NSAIDs 등 다양한 약물이 소화효소 분비를 억제하거나 위장관 점막을 손상시켜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항생제는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리고, 소화보조 미생물의 활성을 억제하여 간접적으로 효소 분비를 감소시킵니다. 또한 항우울제나 신경안정제는 위장관의 부교감신경 반응을 둔화시켜 위산 및 효소 분비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10. 인슐린 저항성과 비알코올성 지방췌장(NAFP)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과 유사하게, 췌장에도 지방이 침착되는 상태인 비알코올성 지방췌장(NAFP)은 췌장의 기능을 손상시키며, 이는 외분비 및 내분비 기능 모두에 영향을 미칩니다. 인슐린 저항성은 췌장세포에 혈류 공급과 대사 효율을 떨어뜨리며, 소화 효소 분비에 필요한 세포 대사를 억제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중 약 40%가 외분비 췌장기능 저하를 동반하고 있으며, 이는 인슐린 저항성 자체가 췌장의 구조와 기능을 모두 변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